2011년 11월 26일 토요일

책 읽지 않는 대한민국

2016년 3월 9일.
합정 거래 출판사와의 3시 미팅.
40분만에 너무나 매끄럽고 성공적으로 끝난 탓에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하는지를 고민했다. 감사히도 그런 우리의 마음을 알아채주시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할 것을 제안해주셨다. 덕분에 "오후의 하늘"이라는 이름만큼 예쁜 것들로 채워진 카페에서 자몽오렌지 티를 마실 수 있었다.

지난 번, 우리 회사에서 있었던 급작스런 미팅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김 팀장님은 말씀은 정말 몰입도가 높다. 10년 이상 출판계에서 근무하신 경험에서 우러난 것인지, 그분의 일목요연하며 강약 조절이 확실한 언변은 내가 정말 닮고 싶은 것이다.
너무나 오랜만에 이야기 다운 이야기를 들은 그것에 감동을 받아 이 감격스러움을 어디에도 털어낼 길이 없어 2년 만인지 글이라는 것을 적어내려간다. 게다가 적는 매체는 언제 만들었는지 구글링을 통해 들어온 블로거라는 곳이다.

오늘 해주신 말씀(거의 입을 벌리고 듣기만 했으므로 토론이나 미팅이라기보단 말씀이나 강의 쯤이 맞다)의 주제는 다양했지만, 내가 너무나 감정적으로 몰입했던 이야기는 '책 읽지 않는 대한민국' 에 대한 것이다.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이었고 객관적인 사실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머리 속에서 윙윙 맴돌았다. 그리고 지금은 거의 눈물이 날 지경이다.



출근 지하철에 타 가방에서 꺼낸 책을 펼치고 하얀 속살을 보이면 사람들 네다섯은 물끄러미 내 쪽을 쳐다본다. 마치 거기에서 빛이라도 나는 것인지, 그것이 눈에 띄나보다. 그런 경험을 몇번이고 했었다.
그리고 오늘 김 팀장님도 그것을 이야기를 했다.
이것이 출판시장이 반토막 난 이유이며, 대한민국의 단편이기도 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독서를 위한 무거운 종이뭉치에 더이상 투자하지 않는다.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은 6분이다.


'왜 책을 읽지 않니?'
'책보다 재미있는게 많잖아.'

친구에게 한 질문과 돌아온 대답이다. 너무나 단순하고 허탈한. 하지만 대부분의 생각이 같을 것 같다. 주변엔 읽을 거리가 무한대로 넘쳐난다. 이것만 읽기에도 정보는 넘쳐나는데 무거운 책을 들고 기나긴 스토리를 참아낼 이유가 없다. 하지만 나는 우리 사회가 이러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걱정스럽다.

책이 재미있다면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퇴근 후에 텔레비전 대신, 주말에 영화 대신, 책을 읽을까? 지하철에서 그 하얗고 짐스러운 종이 뭉치를, 유명한 연예인이 나오는 액션 영화를 뒤로하고 책을 읽을까?
아니, 어쩐지 그런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 10년 뒤에 '우리'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아주 짧은 텍스트도 집중해서 읽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글을 읽다 지쳐버려서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감동 받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제작자로서 단순히 컨텐츠를 의미있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이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데, 책을 만드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지? 좋은 책을 만들기 이전에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지속 가능하게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매체적인 문제,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돌아간다면 이것을 해결할 수 있을까? 기능적으로 우수한 매체를 만들면 해결될까?
하지만, 사람들의 선호와 의지까지 변화시키는 것은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


요즘은 특히나 고민이 많은데,
오늘은 고민거리가 더 늘었다.

하지만 "해답은 언제나 문제 속에 있다"라는 긍정을 하며 생각을 마무리해본다.